커피와 우유의 ‘찰떡궁합’

커피와 우유의 ‘찰떡궁합’

커피와 우유의 ‘찰떡궁합’

제아무리 커피를 즐겨 마시는 애호가라 해도 아침에 마시는 첫 커피는 가급적 위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게 된 것도 이런 필요성 때문이다.

가마솥 같던 불볕더위도 계절의 변화를 이기진 못한다. 매년 9월 초순, 밤사이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돌아올 즈음이면, 커피전문점은 우유를 넣은 베리에이션 메뉴 준비로 분주해진다. 커피 특유의 쓴맛과 산미 높은 자극을 우유가 가을하늘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가을 특유의 고독감을 커피로 위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우유는 색다른 위안이 된다. 커피가 우유와 하모니를 이룬 시기는 1660년으로, 주중 네덜란드 대사 니우호프에 의해서였다. 그는 중국인들이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침에 눈을 떠 첫 모금으로 마시는 커피라면 되도록 부드러운 것을 찾기 마련이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은 이런 심정에서 비롯되었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만드는 음료는 카푸치노(Cappuccino), 카페라테(Caffe Latte), 카페오레(Cafe au Lait), 카페 마키아토(Cafe Macchiato), 플랫화이트(Flat white), 브리브(Breve) 등 무척 다양하다.

이탈리아 정통 카푸치노는 우유 100ml로 거품을 내 125ml로 만든 거품우유를 에스프레소 25ml에 부어 만든다. 그 뿌리는 이탈리아 탄생 이전인 16세기 신성로마제국시절 합스부르크 왕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에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들에선 ‘카푸치너(Kapuziner)’라는 메뉴가 등장했다.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섞은 카푸치너의 색깔이 카푸친 수도사들이 입은 예복과 비슷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렸다.

카페라테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침마다 모카포트로 추출한 커피에 데운우유를 부어 마시던 습관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아침식탁에 오른 원조 카페라테에는 거품이 없었다. 이것이 이탈리아 밖으로 퍼지면서 한 잔 분량이 240ml 이상으로 늘어났고, 위에 12mm 우유거품층을 만드는 것이 미덕이 됐다. 이에 비해 카푸치노는 거품층이 20mm를 형성할 정도로 더 두텁다. 같은 양의 우유를 사용했더라도 카푸치노는 거품이 더 많기 때문에 카페라테에 비해 커피 맛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느껴진다.

카페라테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플랫화이트’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이 음료는 5mm의 우유거품이 커피와 부드럽게 섞여 고소한 맛이 혀에 감긴다.

브리브는 카페라테를 미국식으로 변형한 것인데, 우유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방함량이 15퍼센트 정도인 싱글크림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달콤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디저트음료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말로 우유를 뜻하는 ‘오레’를 붙인 카페오레는 1900년대부터 서유럽 국가들에서 자주 언급됐다. 그러나 정작 프랑스인들은 커피에 우유 또는 크림을 넣은 음료를 ‘카페 크렘(Cafe creme)’이라고 부른다. 카페 마키아토(Macchiato)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의 흔적을 살짝 남기는 이탈리아 커피 애호가들의 전통에서 비롯됐는데 마키아토는 ‘얼룩진’ 또는 ‘점을 찍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찬 우유를 넣으면 ‘마키아토 프레도(Freddo)’, 따뜻한 우유를 첨가하면 ‘마키아토 칼도(Caldo)’라고 부른다.

라테 마키아토(Latte Macchiato)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는 카페 마키아토의 제조법을 뒤집어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하얀 바탕에 커피색 모양을 낸다. 이렇듯 우유는 커피와 어울려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 자체로 완벽할 수는 없다. 커피 역시 우유를 만나 더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갖게 됐다. 오늘날 인류가 이렇듯 커피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세상에 없던 맛을 창조해내는 커피의 매력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글 박영순 세계일보
기자, 포커스신문사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는 커피비평가협회(CCA)회장과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더, 스코틀랜드 위스키 테이스터, 사케 소믈리에, 미국요리대학 플레이버 마스터 교육과정 등을 거치며 ‘향미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삶을 나누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커피애호가입니다.

출처 : 월간샘터 2016년 10월호 (http://www.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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